영어 능력과 글로벌 경쟁력

writinghow.com 대표 김인영

BK뉴스 승인 2021.11.02 04:55 의견 0


영어 능력 향상이 새로운 국가적 과제인 것처럼 요란하고, 시끌벅적한 요즈음 그 필요성이야 누구나 인정하겠지만, 한 번쯤은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 있다. 과연 의사소통 정도의 영어 능력 향상이 말처럼 우리나라의 글로벌 경쟁력과 얼마나 관계가 있을까?

우선 떠오르는 한 가지는 영어가 모국어인 미국에 말 못하는 미국인은 없어도 글로벌 경쟁력 없는 미국인은 다른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차고 넘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결국 한 나라의 국가 경쟁력이 국민 대다수의 영어 구사 능력과는 별개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의 글로벌 경쟁력은 그 국가의 정치, 경제, 문화적 토대위에 얻어지는 것이지, 초등학교 때부터 떠먹이듯 강요되는 영어 교육에 있는 것은 아닌 듯싶다.

영어가 중요하고, 이젠 국가 경쟁력 차원이 아니라, 치열한 국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현실적 도구가 되었으니, 영어 공용화도 검토해 볼 때가 되지 않았는가하고 주장하는 편에서라면 나의 이러한 생각을 냉혹한 국제 관계에 어두운 무식의 소치쯤으로 돌릴지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 영어가 우리 모두에게 외국어라는 분명한 사실을 포기할 작정이 아니라면 몰라도, 어린 초등학교 학생 때부터 모두에게 영어를 의무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아무래도 문제가 되지 않을까?

공교육으로서의 영어교육은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영어를 교육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를 필요로 하는 모든 학생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는 것을 의미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영어를 못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고, 영어를 공부하지 않을 기회도 보장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영어 능력 향상이 진정한 글로벌 경쟁력으로 작용하려면 모든 국민이 길거리에서 만난 외국인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대답은 영어를 도구로 삼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지식 집단을 만들어 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목표일 것이다.

솔직히 우리 학생들 모두가 더 나아가서는 국민 모두가 외국어인 영어를 잘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나, 또 그렇게 되기 위하여 어린 시절부터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발상은 도대체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영어가 국제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의사소통 도구라고 인정한다 할지라도, 우리 모두가 그 도구를 하나씩 가지기를 강요받는 것은 너무나 피곤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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