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하라’ 그러면 부자가 될 것이다.

편집국장 한 대수

한대수 기자 승인 2021.10.20 17:06 | 최종 수정 2021.11.12 17:06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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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한대수

최근 연예인 기부천사들의 순위가 발표돼 세간의 이목을 끌면서 기부문화가 다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어 기대가 모아진다. 우리나라는 인정이 많은 나라이다. 그러나 아직도 기부문화가 체질화되지는 못하고 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희망은 있다. 우리가 잘 아는 힙합그룹 지누션-정혜영 부부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들은 기부를 잘하는 연예인 부부로도 유명한데 션은 800여 명의 전 세계 아이들에게 계속해서 후원해오고 있는 기부천사로 알려졌다. 또 쌍둥이 가수인 수와 진의 기부 공연과 모금한 성금으로 어려운 이웃이나 심장병 어린이 돕기에 나선 것도 우리에게는 익숙한 소식이다. 나누면 나눌수록 기쁨은 배가 된다고 한다.

지난 15일 KBS 2TV 연중 라이브에서 연예인 최고의 기부 스타를 공개했다. 가수 하춘화 씨가 200억을 기부해 연예인 기부천사로 알려졌다. 2위는 장나라 씨가 130억을 기부했으며 3위는 조용필 씨가 88억으로 3위를 차지했다. 션 정혜영 부부도 55억이나 기부했다. 5위는 35억을 기부한 아이유가 차지했으며 1위부터 5위까지가 모두 가수로 밝혀졌다. 국민 MC 유제석이 30억 원을 기부해 6위를 차지했다. ‘합치면 정이 되는 합정’이라는 가삿말처럼 정이 많은 유제석 씨도 방송인 겸 가수이다.

일반인 중에는 땅값 보상비 등 62억 원을 기부한 '얼굴 없는 천사'로 알려진 이남림 씨도 기부천사로 유명하다. 지난 2007년 한 방송사에 "30억 원이란 돈을 세상에 내놓을 당시에 3일 동안 잠을 자지 못하며 솔직히 고민했어요. 하지만 가진 사람들이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결심을 하고 나니 마음이 후련해지고 행복해지더라고요."라며 전화 인터뷰를 한 소감이 전해져 세상을 놀라게 하여 고개가 숙연해진다. 일반인이 억대 돈을 기부한다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인데 1년 사이 60억 원의 거액을 불우이웃과 불치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을 위해 내놓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민과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또 다른 사실도 밝혀졌다. 이 씨는 땅 보상비 60억 원을 기부하기 이전인 지난 2002년과 2003년에도 태풍 루사와 매미로 큰 피해를 입은 수재민을 도와달라며 각각 1억 원씩 성금을 낸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이 씨는 성금 기탁의 이유를 "태풍 피해를 입은 수재민들을 보고 70년대 목동 판자촌에서 살면서 비만 오면 옷가지 하나 건지지 못하고 피신해야 했던 시절이 생각났다"라고 말했다. 아픔을 알고 나눔을 아는 분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한 감동의 스토리이다.

미국은 20세기 최고의 부호 앤드류 카네기와 존 록펠러가 세운 기부의 전통을 최고의 부호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그리고 마크 주커버그를 비롯한 신진 거부들이 이어받아 왕성한 기부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한 결과 미국에서는 사회의 다양한 필요를 정부의 개입보다는 기부에 의해 충당하는 것이 일반적인 양상이라고 한다. 카네기에서 빌 게이츠까지 미국의 대부호들은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는 두 얼굴을 가진 기부천사다. 그들은 개같이 돈을 벌어 그 돈을 남을 위해 정승같이 쓰기 때문에 ‘존경과 인정’을 받고 있다.

2006년에 워런 버핏은 자신의 재산 중 99%를 자선재단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2010년에 빌 게이츠 부부와 워런 버핏은 미국의 억만장자들에게 최소 전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도록 권하는 캠페인인 기부 서약운동도 벌였다. 기부 서약운 동의 공식 홈페이지 ‘더 기빙 플레지(www.givingpledge.org) '에 따르면 이 운동이 시작된 지 6주 만에 미국을 움직이는 40명의 갑부가 재산 기부를 약속했고, 기부액 규모는 1,250억 달러에 달했다고 한다. 2014년 페이스북 회장인 마크 주커버그는 딸의 출생을 기념해서 앞으로 본인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기빙 플레지에 서약했다.

광주에서는 밥과 국, 반찬 세 가지를 한 끼에 단돈 천 원씩 받고 파는 기부천사도 있다. 일부는 후원으로 운영하지만 하루 70여 명에게 돌아가신 어머니의 뜻으로 '천 원'을 받으며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식당 적자를 메우려고 보험 세일까지 투잡을 하는 ‘해 뜨는 식당’ 김윤경 씨가 바로 장본인이다. 이에 사랑의 열매에서 쌀 100 가마니가 후원으로 들어왔다며 마음이 부자가 됐다는 소감은 역시 기부천사다운 소감이 아닐 수 없다. 더 많은 나눔에 흐뭇해하는 표정이 그려지면서 따뜻한 마음마저 느껴지는 대목이다.

성경에는 이런 말씀이 있다. “과부의 동전 한 닢은 부자들의 금화보다 값어치 있다.” 이와 유사한 내용은 불경에도 나온다. 할머니가 공양한 작은 등불은 다른 등불이 모두 바람에 꺼져도 홀로 보물처럼 찬란히 빛났다. 한경직 목사의 설교도 유명하다. 우리가 교회에 나와 헌금을 하고 기도하고 있지만 깡통 속에서 쟁그렁 거리는 동전 한 닢을 헌금하는 그거지 소년이 하느님이 지금 심판하신다면 제일 먼저 구원을 받을 것이라는 일화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기부는 형식적이든 순수한 마음이든 늘어나고 보편화돼야 한다. 나보다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는 마음이 점점 차가워지는 겨울 날씨를 훈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눔의 즐거움을 실천에 옮기는 가디엔젤 홈페이지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다. 외제차를 타야만, 큰집을 가져야만, 돈이 많아야만, 땅이 많아야만 부자라는 논리는 어디서 나왔느냐고 반문한다. 그러면서 가진 것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부자라고 생각한다. 나눈 만큼, 베푼 만큼, 그것들이 모여 곧 재산이 된다고 생각한다. 돈이 있고 없고 집이 있고 없고 땅이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그 마음이 하나하나 모여 그것이 쌓이고 쌓이면 그것이 곧 재산이요. 그것이 곧 부자라고 생각한다는 마음의 부자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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