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원대학교 문화예술원장/ 구자홍


정치인이 보좌관에게 갑질을 하건, 연예인이 매니저에게 갑질을 하건, 직장 상사가 직원에게 갑질을 하건, 결국 본질은 하나다. 이건 ‘권력’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품격에 관한 문제다.

사람과 사람이 마주 서 있을 때 우리가 최소한 지켜야 할 선이 있다. 그 선이 무너지는 순간, 그건 관계가 아니라 지배가 되고, 협력이 아니라 굴종이 된다.

그때부터 인간은 더 이상 ‘사람’으로 남지 않는다. 그저 힘을 가진 약탈자일 뿐이다.

갑질은 단순한 무례가 아니다. 그건 비겁함의 다른 이름이다. 동등한 자리에서는 못하고, 힘이 약한 사람에게만 강한 척한다.

위에서는 눈치 보고, 아래에서는 포효한다. 겉으로는 당당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참 초라한 인간이라는 걸스스로 증명하는 행위다.

우리는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 “사회 구조가 문제다.” “조직 문화가 문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 말 뒤에 숨지 말자.

문화를 만드는 건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다. 누군가 실행하고, 누군가 모른 척함으로써 쌓이고 굳어져지금 우리 사회 곳곳의 갑질 풍경이 되었다.

그래서 묻고 싶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오만하게 만들었을까. 직함 하나, 자리 하나, 명함 한 장이 그렇게 대단한 면허증이라도 된단 말인가.

권력을 쥐었으면 더 겸손해야 하고, 사람을 부리게 되었으면 더 인간적이어야 한다. 그게 최소한의 양심이고, 공동체를 겨우 버티게 하는 마지막 인간의 예의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그런 사회를 원하지 않는다. 힘이 센 사람이 위에 서는 사회가 아니라, 품격이 높은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기는 사회가 아니라, "사람이 기억되는 사회를 원한다."

누군가에게 모욕을 주고, 존엄을 짓밟고, 자신의 힘으로 타인을 눌러야만 자신이 존재한다고 느끼는 사람들. 그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그건 강함이 아니다. 당신이 얼마나 초라한 인간인지 보여주는 증거일 뿐이다.

우리는 더 이상 그런 초라한 강함에 고개 숙이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대접받는 사회, 그 단순하고 상식적인 기준을 이제는 당당히 요구할 것이다.

그리고 그 요구는 거창한 혁명이 아니라, 아주 단순한 선언에서 시작된다. “사람은 사람답게 대접받아야 한다.” 그 당연한 문장이, 다시 이 나라의 상식이 되길 바란다.